강진에서 홀로 사시는 어머니께서 갑자기 찬바람을 쐬어 입이 돌아가고, 한쪽 눈이 부어서 보이지 않는다는 얘길 듣고 먹은게 얹힌듯 가슴 가득 절망이 엄습해 온다. 1927년 생이신 연로하신 어머니. 거기다가 아버님 병간호 하시다가 주저앉은게 잘못되어 척추뼈마디 하나 부러져 고생하시는 나의 어머니.
이런 분을 자식이 6명이나 되는데, 지금 홀로 밥지어 드시며 돈 아깝다고 방에 불도 넣지 않으시고, 간신히 전기장판에 의지하며 생활하신다.
다행인 것은 4째인 누나가 옆에 살면서 거의 보호하고 있어서 그나마 안심이다. 언제나 누나에게 존경과 사랑을 보낸다. 특히, 매형은 친부모님 이상으로 어머니를
좋아하시고 보살펴 주시니 그 은혜에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전화를 받고 나니, 정말 눈앞이 캄캄해졌다.
혹시, 중풍이 되어 혼자 거동하시기도 힘든 지경에 이르렀나보다. 언젠가 닥칠 일이 오늘에 왔나보다.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도 않고 마음 가득 불안하여 광주가는 막차를 예약하고 터미널로 향한다. 그래도 자식이 터미널까지 차로 데려다주며 잘 다녀오라고 위로를 해주는 것이 대견하고 고마워서 마음이 한결 누그러 진다. 사랑은 이런 것인가보다. 서로 배려하고 위로하고 보듬고...
달리는 고속버스에서 잠시 졸며 생각하며 강진에 도착하니 6시이다. 병원은 사방이 다 잠겨 있어서 들어가지 못하고 근처 PC방에서 잠시 기다린다.
마음은 어서 뵙고 상태를 확인하고 싶은데...
아침 8시에 병원에 도착하여 병실에 가니..., 복도에 부축받으며 걸어가는 노인 한분이 바로 나의 어머니이다.
순간...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 아무말도 못한다. 인기척을 느끼셨던지 어머니께서 돌아보신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오신다.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한채로 당신의 여윈 모습을 퉁퉁 부어있는 한쪽 눈을 바라보기만 한다.
"왔냐? 어떻게 새벽에 도착할 수 있다냐?"
"...."
"왜? 말이 없냐? 울고 있냐? 괜찮아야, 그러니 울지말고 얼른 가라 앉혀라"
침대에 누우신 어머니를 손잡고 가만히 내려다 본다. 이제 완전한 노인이신 우리 어머니.
나는 당신을 위해 지금까지 걱정 밖에는 달리 해드린 게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며칠전에 첫서리가 내린 몹시 추운날에 새벽에 일어나 아침산책을 나가시면서 찬바람을 맞으신게 원인이셨나보다.
다행히 풍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의사선생님이 몹시도 고맙고 또 고맙다. 며칠 안정을 취하시면 괜찮아 지실 것 같다고 하신다.
오늘은 이제 입도 제자리로 돌아오시고, 눈도 많이 가라앉아서 앞이 보이신다 하시니 정말로 다행중에 다행이다.
그 와중에도 어머니는 나를 줄려고 찹쌀과 팥을 팔아 놓으시고, 더구나, 일하러 오시는 도우미께 부탁해서 토란대를 많이도 사놓으셨다.
참으로 입 다물게 하는 어머니의 사랑이다.
당신 몸이 불편하신데도, 자식 줄려고, 이렇게 준비해놓으셨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들고 올라온다. 눈물이 난다.
귀농을 생각한다.
어머니가 계시는 강진으로 가면 함께 생활하고 참 좋을텐데..., 집사람의 멀미증세 때문에 자식들이 있는 서울에서 가까운 곳으로 생각하는 것이...
어머니께서 과연 내가 귀농하고자 하는 곳으로 이사를 오실까?
말씀드리면...그래 좋다 그렇게 승낙해 주실까?
문득, 전희식님의 치매걸린 어머니를 혼자 모시고 귀농하신 그 아름다운 모습이 떠오른다.
내가 이렇게 귀농을 생각하여 어머니와 함께 생활할 그날을 어서 앞당겨야 하겠다. 그것이 옳은 길이다.
다행히 집사람이 귀농에 동의하여 일이 잘 진행될 것 같아서 마음이 한결 놓인다.
어머니께서 입원하시고, 매형이 근무하고 계시는 강진사랑병원,
오른쪽 눈이 퉁퉁 부어서 앞을 못보신다.
기억력 좋으시고 말씀 잘 하시는 우리 어머니, 지금도 귀 밝고 눈 밝으시다.
다만, 허리 척추뼈 하나가 부러지는 바람에 몇년동안 걷기만 하실뿐 거의 누워서 생활하신다.
다행히, 집안을 도와주시는 도우미제도가 있어 하루에 한시간씩 들려서 집안 청소며 이것 저것 도와주시니 한결 좋다.
그리고, 금요일엔 이동 목욕차가 와서 한번씩 목욕을 하시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연신 감사하다고 강조하신다.
집안에 가꾸고 있는 텃밭...아직도 상추가 잘 자라고 쪽파...심지어 고구마도 아직 잎이 퍼렇다.ㅋㅋ
아버님 산소에 들러 술한잔 올리고...
어머니 건강하게 사실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몇번이고 부탁드렸다.
산소에서 바라본 월봉부락 전경. 아주 작은 마을인데, 푹 안겨있는 모습이 참 아늑하다. 내가 살곳이 이런 곳이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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