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곤파스"가 지나가다.
농사를 시작하고 나서 처음 대하는 태풍입니다.
비와 강풍이 동반되는 것이 태풍임을 알지만 이것이 농작물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간접경험은 많지만, 내 작물에 피해를 줄까 전전긍긍하는 직접적인 입장이 되는 것은 처음입니다.
새벽을 열어, 철원으로 향합니다. 계속되는 비에 10일전에 심었던 배추가 피해가 많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래서, 새롭게 모종을 2,500개를 구입하여 놓고 다시 날씨를 살피는 형국이었습니다. 노지에 심기에는 밭이 너무나 안좋아서 비닐하우스에 심기로 아저씨께서 용단을 내리셔서 오늘 태풍이 지나가고 비가 많이 내리지만 배추모종 이식작업을 하기로 하였기 때문입니다.
철원으로 가는 아침, 길가에 가로수가 많이 찢겨나갔습니다. 태풍은 아직 저 멀리 강화도에 있다는데도, 바람이 엄청나고, 비가 또 정신없이 내립니다. 반대편 지나가는 차가 뿌리는 도로의 빗물에 차창을 가려서 큰일 날 뻔 했답니다.
이렇게 강한 비바람에 견뎌낼 농작물이 있을까요? 걱정과 불안으로 마음이 조급해 집니다. 현장에 도착한들 뾰쪽한 수가 있을리 없지만 그래도 내눈으로 그 현장을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길가의 벼들이 많이 쓰러져 있습니다. 이제 알을 맺어 고개가 무겁기에 바람앞에서 몸을 못 가눕니다. 일년 농사가 절단나는 순간입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논농사 피해가 참 많습니다. 그래도, 밭은 지주대등으로 보강이 되어 있어 그나마 다행이군요.
콩밭에 도착한 시간이 아침 7시반, 태풍은 김포에 있다는 군요. 비에 바람에 콩잎이 이리저리 휘날립니다. 그리고, 비에 무게를 못 견디는지 콩이 옆으로 비스듬이 서있습니다. 저러다 쓰러지면 영영 일어나지 못할텐데,..
아직 태풍이 이곳을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어쩌나???
오전 11시에 태풍이 이곳을 지납니다. 오히려, 비도 잦아들고 바람도 줄어듭니다.
가슴 졸이며 지켜 보지만 너무나 다행스럽게 아무런 피해없이 조용하게 지납니다.
방송에서는 여기저기 피해가 많다고 보도를 하지만 저는 너무나 감사하게도 콩밭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감사합니다.
아저씨네 고추하우스에 병이들어 못 쓰게 된 것들을 뽑아냈습니다. 그곳에 배추를 심을 계획이거든요. 거의 7시간을 작업하여 마무리 지어 이제 배추를 심으면 될 것 입니다. 일요일에 심기로 하고, 포천의 고추밭으로 향합니다. 포천은 바람이 심했는데...가슴이 새카맣게 변해갑니다. 제발...,
고추밭 입구의 밭들은 작물들이 많이 누워 있습니다. 밭에 도착하니 풀들이 한곳을 향해 땅바닥으로 바짝 엎드려 있습니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고추들이 15도 각도정도 옆으로 쓰러졌지만 괜찮아 보입니다. 다시 똑바로 하고 발로 꼭꼭 밟아 줍니다. 다행히 풀뿌리가 그리고 베어놓은 풀들이 있어서 고추가 별로 피해를 입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시 잘 크라고 염원하고 주문하면서 작업을 하였습니다.
오늘 하루 태풍 곤파스로 인하여 마음 졸인 날 입니다.
피해를 입으신 여러 농가들.., 위로를 전하면서 하루빨리 복구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