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업/친환경농법

[스크랩] 자주재배에 대하여

철원농부 2013. 1. 26. 14:22

 

 

 

 자주재배에 대하여

 

 

자주재배의 자주스스로 주인이라는 말입니다. 자주재배는 스스로의 힘으로 자라나는 작물스스로 농사의 주인이 되는 농부’, 그리고 스스로 선택의 주인이 되는 소비자’, 이 세 가지 요소가 어울려 만들어내는 하나의 삶의 양식입니다. ‘자주재배생산물이라는 표시는 가장 정직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보증하는 표지입니다.

 

 

1. 자주재배는 맛있고 안전하고 생명력이 가득한 작물을 키우려는 농부의 의지를 담은 말입니다.

2. 자주재배는 모든 생명체들이 건강하게 살아있는 땅과 깨끗한 물과 조화로운 자연을 지키려는 농부의 의지를 담은 말입니다.

3. 자주재배는 성실하고 정직하고 자주적인 농부의 삶과 지위를 지키려는 의지를 담은 말입니다.

4. 자주재배는 자주소비에 의해 완성됩니다. 자주소비는 소비자 스스로가 선택의 주인이라는 의미를 담은 말입니다.

5. 그리하여 자주재배는 우리 모두의 삶을 아름답고 건강하고 자주적으로 가꾸어가려는 의지를 담은 말이 되었습니다. 자주재배의 의미는 계속 확장됩니다.

 

 

우리의 생명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생명은 우주로부터 온 것이라 합니다. 별이 탄생하면서 생명 또한 탄생한 것이라 하지요. 하지만 이 말은 우리에게 매우 추상적으로 들립니다. 지구에는 이미 수없이 많은 생명체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이 생명체들은 어떻게 자신의 생명을 유지해가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습니다. 즉 자신의 몸 밖으로부터 얻어지는 영양분에 의해서이지요. 이 영양분들이 우리 몸 속에 들어와 일으키는 오묘한 작용의 결과가 우리 몸을 성장하게 하고 움직이게 하며 또한 사유하게 합니다. 우리 사람에게 있어 영양분은 오로지 먹는 음식물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를 만드는 것은, 우리 몸과 움직임과 생각을 만드는 것은 곧 우리가 먹는 음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일용할 양식을 만들어내는 신의 은총은 누렇게 벼가 익어가고 붉은 사과와 푸른 채소가 자라나는 들이 아니라 오로지 슈퍼마켓에 가득합니다. 하지만 출처와 성분과 처리방식을 알 수 없는 농축산품들이 더 많아지고 다양해지고 화려해질수록 우리의 몸과 마음은 비어갑니다. 우리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사라지고 건강에 대한 불안도 절박해져 갑니다. 비워진 틈을 채우는 것이 있습니다. 건강한 기운을 잃은 몸을 채우는 것은 약과 영양제와 건강보조식품입니다. 건강한 아름다움을 잃은 자리를 채우는 것은 갖가지 화장품과 값비싼 피부관리입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우리가 먹는 음식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것일까요? 우리가 먹는 음식이 건강과 아름다움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제 한번쯤 질문을 던져볼 때가 되었습니다. 오래 전에 어떤 학자가 말했지요. “당신이 먹는 것을 나에게 말해 보시요. 그러면 당신이 누구인가를 말해주겠소.” 라고요.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라는 명제는 이미 오래된 진실이며 또한 변하지 않을 진실입니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나입니다. 자주재배는 바로 이러한 진실에서 출발한 농부들의 생산과 삶의 양식입니다.

 

 

1. 자주재배는 맛있고 안전하고 생명력이 가득한 작물을 키우려는 농부의 의지를 담은 말입니다.

 

자주재배는 맛있는 작물을 키웁니다. 맛있는 작물이란 고유한 맛과 향을 가진 작물입니다. 우리는 토마토의 진짜 맛도, 오이의 진짜 맛도, 배추나 무우의 진짜 맛도 잊어버렸습니다. 오직 어른들의 기억 속에 간신히 남아있을 뿐이지요. 자주재배는 모든 작물의 고유한 맛, 자연 그대로의 맛을 고스란히 살려냅니다.

 

자주재배는 안전한 작물을 키웁니다. 안전한 작물이란 일체의 화학성분없이, 비료사용없이 키워낸 작물입니다. 자주재배는 무농약(화학농약, 생물농약 모두 포함), 무비료,(화학비료, 유기비료 모두 포함)를 일컫는 무투입 재배방식입니다. 썩지 않고 마르는 기적의 사과와 오이, 썩지 않고 발효되는 쌀은 이렇게 자라납니다.

 

자주재배는 생명력이 가득한 작물을 키웁니다. 자주재배 작물을 키우는 것은 햇빛과 바람과 물 그리고 균형있게 살아있는 흙입니다. 인위적인 작용을 최소화함으로써 작물은 스스로의 힘으로 자라나고 열매 맺습니다. 작물이 갖고있는 가득한 생명력은 뚜렷하게 구별되는 치밀한 질감과 싱그러움에서 실감나게 확인됩니다.

 

자주재배 작물은 스스로 자라납니다. 한 알의 건강한 씨앗이 땅에 뿌려지면 싹을 틔웁니다. 스스로 물과 양분을 찾아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대기의 기운과 햇빛을 찾아 줄기를 뻗으며, 비바람 속에서도 몸을 세우고, 건강한 열매를 맺습니다. 한 알의 씨앗에 담긴 생명은 이미 그러한 능력을 갖고 있지요. 비료도 농약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비료와 농약을 필요로 하는 것은 먹을 것이 아니라 팔 것을 만들려는 사람뿐입니다. 비료와 농약은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먹기 좋은 작물이 아니라 보기 좋은 상품을 만들려는 욕심이 과다한 비료를 사용하게 하고 그 비료성분은 벌레들을 불러들입니다. 해결책은 농약뿐이지요. 이렇게 사람이 주는 비료만 먹으며 쉽게 자라는 작물들은 뿌리를 뻗지 않습니다. 미량원소들을 먹지 않고 자란 몸체는 영양결핍으로 병충해에 약하고 맛도 밋밋해집니다.

 

자주재배 작물들은 어렵게 자라납니다. 모든 조건을 스스로 이겨내고 생명력이 가득 담긴 건강한 작물로 자라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넘치는 생명력과 빛나는 아름다움을 선사할 진짜 먹을거리입니다.

 

 

2. 자주재배는 모든 생명체들이 건강하게 살아있는 땅과 깨끗한 물과 조화로운 자연을 지키려는 농부의 의지를 담은 말입니다.

 

환경오염은 이미 식상한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누구도 환경보호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알지만 또 누구도 모르는 것이 환경오염이기도 하지요. 환경보호를 위한 캠페인은 모두 소비자를 표적으로 합니다. 아이들에게 환경보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자동판매기에 동전을 넣은 것처럼 즉각 대답이 나옵니다. “분리수거요, 가까운데 걸어다니기요, 코드 뽑아놓기요, 아껴쓰기요

 

이것은 모두 환경오염에 대한 대부분의 책임이 소비단계가 아니라 생산단계에 있다는 사실을 은폐한 결과입니다. 물론 그것을 아는 생산기업들은 소비하니까 만들 수밖에 없다는 말로 책임을 전가합니다. 똑같이, ‘팔 것을 만드는 농업생산자들도 소비자가 원하니까 이렇게 만들 수 밖에 없다고 말하지요.

 

오늘날의 농업은 공장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오염물질들을 배출해냅니다. 흔히 알고있는 축산폐수나 농약만이 아닙니다. 작물의 크기와 모양과 색깔을 만들어내는 각종 비료도 어마어마한 오염원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농업생산에서 나오는 이러한 대규모 오염물질들은 땅을 죽이고 물을 썩게 하고 끝내는 농업생산자와 소비자의 생명마저 파괴합니다.

 

자주재배는 무농약과 무비료로 작물을 키웁니다. 이렇게 작물이 스스로의 생명력으로 자라나게 하는 방식은 오염원을 만들지 않습니다. 자주재배 농부들은 살아있는 흙과 조화로운 자연만이 생명력이 가득한 작물을 건강하게 키워낸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3. 자주재배는 성실하고 정직하고 자주적인 농부의 삶과 지위를 지키려는 의지를 담은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농부는 무엇일까요? 농자가 천하지대본이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오래 전,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일일까요? 아닙니다. 오래 전의 일로 느껴질 뿐입니다. 불과 60여 년이 되었을 뿐이지요.

 

오늘 우리 땅의 농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을 식량의 30%도 생산해내지 못하는 무능력한 존재입니다. 오늘 우리 땅의 농부는 바다 건너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농축산품들과 밤낮없이 싸워야 하는 힘겨운 존재입니다. 오늘 우리 땅의 농부는 대기업들이 생산해내는 농약과 비료를 대책없이 써대야 하는 미련한 소비자입니다. 오늘 우리 땅의 농부는 토종종자를 잃어버리고 해마다 초국적기업이 공급하는 잡종종자에 비싼 값을 치르는 의존적인 존재입니다. 오늘 우리 땅의 농부는 농약과 비료로 얼굴없는 소비자들에게 팔기 좋은 농산품을 만들면서 자신이 먹을 것은 따로 키우는 비굴한 존재입니다. 오늘 우리 땅의 농부는 오염된 땅에서 스스로의 생명마저 파괴해가는 가련한 존재입니다. 오늘 우리 땅의 농부는 세계화된 상품생산 시스템에서 비교열위의 낙인을 안고 미래없는 삶을 이어가는 고단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우리의 땅을 지키는 사람은 그래도 농부입니다. 우리의 식량을 지키는 사람은 결국 농부입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삶을 마지막까지 지키는 사람은 끝끝내 농부입니다.

 

자주재배는 대지의 수호자로서의 농부의 존엄함을 지켜내고자 하는 도전입니다. 자주재배 농부들은 초국적 기업들이 공급하는 잡종종자의 소비자, 갖가지 현란한 가공식품의 원료공급자, 거대유통업자의 사슬에 얽매인 최하위 생산자로서의 지위를 거절합니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오로지 팔기에만 좋은 죽은 농산품이기 때문이지요. 그들이 돌려주는 것은 오로지 생산의욕을 시들게 하는 하찮은 몫일 뿐이기 때문이지요. 자주재배는 농약과 비료로부터의 독립, 종자종속으로부터의 독립, 거대 유통시스템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3립에 의해 실현됩니다.

 

자주재배는 농부의 자주적인 삶을 지향합니다. 자주재배 농부들은 스스로 농사의 주인으로서 올바른 작물을 성실하게 생산합니다. 자주재배 농부들은 얼굴있는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정직하고 생명력 넘치는 먹을거리를 생산합니다. 천하지대본이라는 농부의 지위는 농부 스스로의 땀에 의해 회복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4. 자주재배는 자주소비에 의해 완성됩니다. 자주소비는 소비자 스스로가 선택의 주인이라는 의미를 담은 말입니다.

 

오늘날의 소비자는 선택하는 것일까요, ‘선택 당하는 것일까요? 오늘 우리는 거대기업들이 쉬지않고 쏟아내는 융단폭격 같은 광고의 홍수 속에서 좋은 것’, ‘맛있는 것’, ‘아름다운 것’, ‘가치있는 것의 개념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이란 피자냐 치킨이냐의 범주에 묶여있을 뿐이지요. ‘다른 것을 꿈꿀 수 없다는 것이 오늘날의 소비자가 처해있는 비극적이고도 정직한 현실입니다. 하지만 다른 것을 꿈꾸는 일은 가능합니다. 꿈꿀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접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만져보고, 맡아보고, 맛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 선택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자주재배는 자주소비에 의해 완성됩니다. 자주재배에 힘을 불어넣는 것은 자주소비입니다. 자주재배 농부의 손을 잡아주는, 바로 당신입니다.

 

 

5. 그리하여 자주재배는 우리 모두의 삶을 아름답고 건강하고 자주적으로 가꾸어가려는 의지를 담은 말이 되었습니다. 자주재배의 의미는 계속 확장됩니다.

 

  흔들리지 않는 농부의 삶이 풍요로운 미래를 만들어냅니다. 정직한 농부의 노동이 건강한 아이들을 키워냅니다. 성실한 농부의 손길이 싱그러운 자연을 지켜냅니다. 자주적인 농부의 발걸음이 멀고도 힘든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가 넘어지지 않도록, 그가 먼 길을 다 걸어내도록 지켜봐주십시요.

 

출처 : 자주재배 농부들의 둥지 개마고원
글쓴이 : 개마고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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