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세상/나의 이야기

어버이날의 깜짝 놀란 선물!!

철원농부 2011. 5. 9. 21:08

  어버이날이지만 많이 바쁩니다. 비가 내린다는 기상예보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고추모종이 생각보다 많이 늙어버린 느낌이 들어 빨리 이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5월 8일을 노지에 고추심는 날로 잡았습니다.

 그바람에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철원농장에서 집사람과 둘이서 아침일찍 부터 밭에 나갔습니다.

이른 아침에 울리는 전화소리에 화들짝놀라 전화기를 보니 모르는 번호가 뜹니다. 누구지?

꽃집인데요, 그곳이 어디입니까? 하는 목소리에 애들이 어버이날이라 꽃바구니라도 보낸나보다 생각했습니다. 봉고차가 도착하고 뒷문을 여는데, 꽃바구니는 보이지 않고 커다란 화환하나가 눕혀 있습니다.

뭘까? 배달오신 꽃집 사장님이 갑자기 화환을 치켜들고 내립니다.

헐,..,

개업식에서나 봄직한 대형화환입니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왼) 우윳빛깔 원여사 절세미남 이광휘" 이렇게 리본까지 매달았습니다.

절로 미소가 나옵니다.

어버이날에 대형화환이라니..ㅋㅋ

비닐집앞에 세워 놓으니 제법 그럴싸합니다. 꽃바구니보다 훨씬 잘 어울립니다.

지나가는 동네분들마다 발길을 멈추고 한참을 보고 가십니다.

멀리 밭에서도 잘 보이니 참 그 기분이 묘합니다.

이렇게 좋은 선물을 받고 나니 가슴 한켠이 먹먹해 옵니다.

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납니다. 어버이날에 꽃바구니 덜렁 보내고 자식의 도리 다했다는 생각을 했던 미련함이 몹시도 아쉽습니다. 오늘 아이들 때문에 갑자기 눈물이 납니다. 어머님이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