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마당에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소, 대한문 앞 등 '길바닥'에 차려졌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와는 대조적이다.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치러진 뒤 석달만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치러진 가운데, 두 전직 대통령의 장례 절차와 과정에 많은 공통점과 함께 적지 않은 차이점이 드러나고 있다.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시민들의 자발적인 조문이 이어지고 있으며, 정말 진심으로 고인의 서거를 애석해하고 슬퍼한다는 점이 될 것 같다. 또, 두 전직 대통령 모두 생전에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투쟁했으며, 현직 대통령 재임 중에는 서민과 인권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하지만, 국민장으로 치러진 노 전 대통령의 장례와 국장으로 치러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 사이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이나 과정의 차이 외에도 빈소와 분향소를 둘러싼 분위기부터 많은 차이가 발견된다.
'시민이 주도' vs '야당 주도'
노 전 대통령의 장례는 노사모와 봉하마을 주민 등 일반시민들이 주도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없었고, 심지어 시민상주들이나 조문객들로부터 야유와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반면 김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는 민주당이 상주가 됐다.
정세균 대표를 비롯해 많은 민주당 인사들이 상주 자격으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오히려 간혹 자리를 비우는 유족들과는 달리 더욱 적극적으로 자리를 지키는 듯한 모습까지 감지된다.
또, 경남 김해 봉하마을 빈소와 서울 대한문 앞 분향소 등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주로 '촌동네'와 '길바닥'에서 진행된 것과는 달리, 김 전 대통령의 빈소는 대한민국 국회 앞마당에 마련됐다.
그러다 보니 노 전 대통령의 장례 과정에서는 서민적 풍모가 강하게 풍겼던 반면, 김 전 대통령의 장례과정은 훨씬 안정되고 정제된 느낌이 든다.
경찰의 대응과 태도에도 적지 않은 차이가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와 빈소는 마치 '불법집회의 진원지'같은 대우를 받은 반면, 김 전 대통령의 빈소는 경찰과 군의 엄정한 경호를 받고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자신을 배출한 정당으로부터도 버림 받았던 노 전 대통령의 처지와 마지막까지 원로로서 예우를 받은 김 전 대통령의 처지가 달랐던 것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다.'분노와 뒤엉킨 슬픔' vs '차분한 슬픔'
석달 전 다소 격앙됐던 분위기도 지금과는 다른 모습 가운데 하나이다.
무엇보다 워낙 갑작스럽게 찾아온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준 충격이 컸다. 게다가 '정권의 의한 억울한 죽음'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와 빈소에는 격한 분노와 슬픔이 감지됐다.
일부 외신은 당시 분향소 표정을 전하면서 '친족의 죽음이 아닌데도, 조문객들의 울음에는 분노가 느껴졌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게다가 정부와 경찰의 과민반응이 조문객들의 분노를 부채질 하기도 했다.
반면 김 전 대통령의 빈소는 차분한 분위기이다. 애석하고 안타깝지만 고령이었고 오랜 지병을 앓아온 탓에 어느 정도는 마음의 준비가 됐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딱히 현 정권에 '서거의 책임'을 물을 만한 것도 발견되지 않은 만큼 분노를 느낄 대상도 없을 뿐만 아니라, 훨씬 홀가분한 입장인 여권에서도 무리를 할 필요가 없는 것도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보인다.
'절하는 조문객 vs 묵념하는 조문객'
이 밖에도 노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는 당시에는 삼배를 올리는 문상객이 많았는데, 이번은 묵념만 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도 눈에 띄는 차이점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빈소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마련된 것이었기 때문에, 조문방식도 서민적이었던 점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 권양숙 여사를 비롯해 노 전 대통령 내외분 모두가 불교와 가까웠던 것도 원인에 꼽힌다.
반면, 김 전 대통령은 카톨릭 신자로써, 장례의 방식도 카톨릭 양식이 많이 채용됐다. 게다가 국회에 마련된 빈소인 만큼, 절을 하는 것보다 묵념이 더 어울린다는 지적도 있다.
차이를 뛰어넘은 공통점. '민주주의와 인권'
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문을 하고 있다는 점은 무엇보다 큰 공통점이다. 무더위와 소나기에도 불구하고 조문객은 줄어들기는 커녕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늘어난 점도 공통점이다. 무엇보다 진정으로 슬품을 참지 못해 눈물을 흘리고 흐느끼는 조문객이 많고, 방명록에 절절한 애정을 남기는 조문객이 많은 것도 공통점이다.
이처럼 국민들이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앞에 큰 애정을 표시한 것은 두 대통령 모두 민주주의와 인권, 약자를 위한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투박했지만 서민적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강건한 투사였지만 세련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
두 사람 모두 현직 재임시절에는 많은 비판을 받았고 , 이 때문에 집권 말기에는 심각한 '레임덕'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가는 두 사람에 대해 국민들이 진정으로 슬퍼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두 전직 대통령이 꿈꿨던 세상이야 말로 '사람사는 세상'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우리 국민들은 행복하다.
그러나 앞으로 치러지게 될 전직 대통령의 국장 혹은 국민장에서도 국민들은 앞선 두 전직 대통령에게 보여줬던 애정을 표시해 줄 것인지 솔직히 궁금하다.
장용진 기자 (ohngbear@bb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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