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업/닭,돼지키우기

[스크랩] 산골에서의 나의 귀농이야기 ( 13 )

철원농부 2010. 3. 5. 07:38

- 2002년 12월4일  토종닭을 출하하며...-

 

어저께 밤부터 제법 많은 양의 비가 내렸습니다

겨울 비 답지 않게 빗줄기도 굵었고 오

 

랜만에 대지를 촉촉히 적시게 되어 오랜 가뭄도 조금은 해소가 될듯 하고

흩어 놓은 거름도 제법 땅속 깊숙히 스며들어서

 

겨울에도 성장을 계속하는 매실나무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어제밤...

5개월이 지나면 출하 해야 하는 토종닭이

 

가져 가시는 집사님의 닭 가공 공장 사정으로 차일피일 미뤄 지다가

거의 8개월을 몇일 앞에 두고 드디어 가져 가시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닭들이 조용해 지고 옆에서 만져도 꿈적 않는 밤에

 

이동 작업이 이루어 져야 하기 때문에

날이 깜깜해 지는 때를 기다려 일단 닭장 문을 닫아 놓을려고

 

손전등을 들고 저 밑에 닭장으로 내려 갔었더랬습니다...

밧데리가 다 되었는지 빛이 희미했지만

 

어두운 밤길이라도 그동안 8개월을 오르 내렸던 터라

익숙한 밤길을 내려가서 닭들을 닭장 안으로 들여 놓고서는 돌아 서려는데

 

저쪽 약 10여미터 앞에서

뭔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얇은 철망이 가로막혀 있었지만

 

닭들이 철망 밑으로 빠져 나가서 종일 돌아 다니다가 어두우면 집으로 들어 오는지라

미처 못들어온 녀석들이 있는 줄 알고 다시 닭장문을 열어놓고 닭들을 불렀답니다...

빨리 들어 오라고 부르는데도 여전히 부스럭 거리기만 하고

 

들어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그쪽으로 희미한 손전등을 비추었는데...

무언가 엄청난 녀석이 몸을 움직이면서 이동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 했습니다......헉...

우리 과수원에는 고라니들이 자주 노닐기 때문에 그 녀석인가 보다 하고 손전등을 비추었는데...

거친 숨소리... 엄청난 움직임의 소리...

 

그리고는 과수원밑으로 향해 뛰기 시작하면서 내뿜는 거친 호흡...

쒹쒹... 쒹쒹... 쿵쾅... 우당탕탕..........

어둠속에서 보이지 않지만 잠깐 동안의 서로간의 대치와

 

그 시커먼 물체가 나를 피해 도망가면서 내뱉는 거친 숨소리와

 

분이 풀리지 않는듯한 호흡과 느낌...

순간 아...

머리가 서는 느낌이 오고... 그 정체를 그제서야 직감하게 되었는데...

우리 과수원 주변에서 올해도 과수원의 3분의 1을 파헤쳐 놓은 토박이 멧돼지 였습니다...

발자국을 본 포수의 말로는 200근이 넘는다는 엄청난 덩치의 소유자인 그 녀석이

순간적인 대치 아닌 대치 상황에서 물러 나면서

 

내뱉는 거친 호흡과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한 머뭇거림과 느낌이 전해져 왔습니다...

한동안 망연히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어두운 밤길을 다시 올라 오면서...

여기에서 오래 살려면 뭔가 조치가 있어야 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되었고...쩝

이 문제에 대해 앞으로 진진하게 대책(?)을 세워야 할듯 싶습니다...

그리고 1시간뒤 드디어 우리 닭들을 가져 가는 분들이 와서

 

다시 세렉스를 끌고 닭장으로 오르 내리기를 3시간...

500마리를 실은 차는 떠나고...

한번 계산을 해보게 되었는데...

올해 4월 7일에 총 150만원을 들여 병아리를 입수 했고( 약 2000수),

 

닭장이랑 철망 울타리 값이 200만원,

 

그동안 사료값이 약 400만원, 기타 물통과 사료통등등 30만원...

총합 약 800만원이 들었는데...

닭 1마리에 8000원에 넘겼으니까 500마리면 400만원...

남은 닭이 약 400여수...

ㅎㅎㅎ...

아무리 계산해도 들어간 투자 비용이 나오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봄부터 닭장을 짓느라... 1000여평의 철망 울타리를 치느라...

태어난지 하루밖에 안된 병아리들을 입수해서

 

지금까지 애지중지 기른 수고는 차치하고라도 투자 비용도 안나온다면...쩝

누가 우리의 토종닭을 키우고 누가 농사를 지으랴는 또 한번의 현실이...

.........


물론 닭을 키우는데 있어서 

 

제대로 잘알지도 못하고 준비도 철저히 못한 실수가

 

실패의 결정적 요인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고......

또한 닭들을 닭장에 가두어서 기르지 않고 방목해서 기른 결과로

 

1000여마리의 닭들이 병들었거나

 

짐승들에게 잡혀 갔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는데...

음...

결국 그렇게 선택 할 수 밖에 없었던 나름대로의 고민과 이유가 있었습니다...

닭들을 가두어 놓고 키우면 밀집한 환경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닭들이

 

서로를 쪼아 죽이는 카니발리즘 현상이 극심해 지고

열악한 사육 환경으로 인해 온갖 병들이 난무하게 되면서...

이것을 치료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항생제는 기본이고

 

각종 약으로 닭들을 키울 수 밖에 없는게 현 실정이라...

양계나 육계를 하는 분들이 스스로 자신의 가까운 분들에게 하는 말~

" 절대 계란 사 드시지 마세요... 닭고기 드시지 마세요..."

이러한 과정으로, 약으로 찌들게 키워서 출하 할것이냐...

온갖 희생을 감수 하고서라도 닭들을 풀어 키워서

 

보약이 되는 녀석들로 소비자에게 보낼 것이냐...

고민도 많았고 순간 순간 망설임도 있었지만...

 

암튼 방목을 결정했고 그렇게 진행해 왔었던 결과 였는데...

우리 닭을 가지러 온 분들이 하는 말...

" 닭 잘 키우셨네요...

닭들이 체구는 작은 듯 한데 꽤 무겁네요..."

이말을 들으면서 갖가지 생각들이 교차 했더랫습니다................................

암튼 오랜기간 기다리던 출하를 해놓고 나서인지 어젰밤은 잘 잤고

 

아침에 일어나 기도하고 이글을 쓰고 있는 것은

어쨌든 올해 한가지 일은 대충 매듭을 지었다는 홀가분 함이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올 한해 동안의 일들의 결산이 손해를 보았던 이익을 남겼던...

이순간만은 지난 일들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하고

 

마치 하나의 큰 짐을 내려 놓은 듯한 홀가분함과 여유로움이 생기는 것...

또 하나의 하나님의 은혜이지 싶습니다...^^

출처 : [우수카페]곧은터 사람들
글쓴이 : 소미산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