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세상/나의 이야기

[스크랩] 블러그 이름을 변경하였습니다.(풀나라(Living the good life)

철원농부 2011. 5. 26. 22:55

  날마다 기온이 오르고 있습니다. 밭에서 일하다보면 땀이 나서 몇번이고 수건으로 훔칩니다.

비닐하우스안은 낮에 온도를 보니 앞뒤 옆창을 열어놓아도 40도를 오르내립니다. 이렇게 날이 따뜻하니 작물도 잘 자라고 그만큼 풀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납니다. 바야흐로 성장의 계절입니다.

 

  관행농업이 아니라 자연순환유기농업을 지향합니다.  풀과 벌레를 원수로 대하지 않고 친구처럼 여기게 되니 마음은 참으로 편해집니다. 고추밭에 낙엽을 덮고 헛골에는 호밀을 파종하였는데 그럼에도 헛골에 풀이 너무 올라와서 조금 제압할 필요가 있겠기에 장갑끼고 엉덩이방석을 깔고 앉아 엉금엉금 기어가면서 풀을 뽑아 고추옆에 놓아줍니다. 작업도중에 고추나무에 붙어 있는 벌레 한마리를 우연히 발견하였습니다. 그 벌레가 잎을 갉아먹을 수도 있겠는데 죽여야하나 어찌해야할지 한참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별 생각없이 꾹 눌러 죽여버렸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들여다보다 너도 무언가 역할이 있고 그 가치가 있기에 이 세상에 있겠다싶어 다시 놓아주었습니다.  이 행동이 단순한 것은 아닙니다.

농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정신의 작용이라 생각됩니다. 이것이 제가 카페에서 선생님께 얻은 정신입니다.  이 정신을 늘 가슴에 간직하여 삶을 영위하고 농사를 지어 사회에 작은 기여를 하고 싶은 조그만 욕구가 있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풀관리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풀의 생명력을 가공할 위력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뽑아도 뽑아도 계속 나옵니다. 이 풀이 사라지면 저 풀이 그 자릴 대신합니다. 흙이 있으면 어디든 풀은 나옵니다. 그 풀들이 땅을 갈고 비옥하게 만드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풀이 있는 곳은 땅이 보슬보슬하지만 풀이 없는 맨땅은 딱딱하여 곡괭이가 있어야만 흙을 보드랍게 만들 수 있을 지경입니다.  이런 풀의 순기능에 불구하고 농부들은 그 풀을 제압하기 위하여 비닐을 사용하고, 제초제를 동원합니다.

 

아직은 풀과 완전히 타협하지 못하였지만 점차 풀과 공생하는 환경을 조성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제 블러그의 이름을 "풀나라(Living the good life)" 이렇게 변경하였습니다.

풀이 가득한 농장을 지향하고 풀과 친구하는 곳을 뜻하는 영역을 지칭하여 "풀나라"라고 말하며 또한 풀아 돋아나라 라는  뜻도 함께 포함합니다. ()안의 뜻은 조화로운 삶을 말합니다. 종전의 블러그명이었지요.

 

이제 제대로 된 이름도 갖게 되었으니 그 뜻을 유지 계승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겠습니다.

이름 하나 바꾸는 작은 변화이지만 이것이 저의 삶을 관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비닐을 제외한 우리 일상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와 자원을 활용하는 순환농업의 가치를 높이 세우려 합니다.

 

작은 농부 한사람의 노력이 하나의 파장이 되어 변화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출처 : 도시농업운동본부 & Ofica
글쓴이 : 시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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