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보유한 농기구 가운데에서 제법 친한 친구입니다.
오늘 닭을 주기 위하여 풀을 베러 이 친구를 데리고 가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즈음 농부 가운데에 낫을 사용하는 농부가 얼마나 될까 싶었습니다. 기계화시대, 스피드시대, 전자시대, 3G를 지나서 LTE시대(그 뜻을 모르지만..ㅋㅋ)인데, 낫을 들고, 호미를 들고, 수레를 끌고서 농사짓는 것은 시대의 역행인가?
무모함이련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농사도 사업으로 치부되어 농부는 농업인으로 불리우는 시대입니다. 방송에선 억대농부를 소개합니다. 그들을 본받으라고 칭송해 댑니다. 가축은 시멘트바닥에서만 키워져야 하고, 논밭은 거대한 기계인 억소리나는 트랙타가 붕붕거리면서 순식간에 쟁기질에 써래질에 두둑까지 만들고 사라집니다.
오후내내 수레와 함께 밭고랑을 왔다갔다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눈에 뜨이는 그 무엇을 알아채기 힘듭니다. 아마도 이렇게 일주일정도 해냈을 때에 내가 한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챌 것 입니다. 느리고도 느린 걸음,,.
내가 가고자 하는 농사길은 비틀거리지 않고 제대로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오후내내 함께 합니다.
가을에 서울에서 실어다 놓은 낙엽을 고추심을 두둑에 덮으려 옮기는 작업입니다. 이 수레엔 두자루만이 가능하네요. 더 싣게 되면 좁은 고랑을 지나다 넘어지는 수가 있습니다.
작년에 볏짚을 덮었던 두둑인데 지금은 풀의 잔재만이 남아 있습니다. 또 덮어야 풀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좁은 이랑입니다. 처음 설계때에 잘못되어 수레가 다니기도 불편합니다. 무경운 밭이라 다시 설계해서 고랑을 키우기가 곤란하여 그냥 불편해도 견뎌냅니다. 고추가 심어지고 우거지면 수레에 부딪힙니다.
넓은 밭을 괴물 트랙타는 순식간에 쟁기질, 써래질, 골타기까지 끝내 버립니다. 스피드 시대에 걸맞는 괴물의 출현입니다. 이 밭도 수레끌고 낫들고 다니려 계획하고 있는데, 아직 구상으로만 그치고 있습니다. 풀관리 문제를 어찌해얄지 그 답이 찾아지지 않습니다. 더 공부해서 내년, 아니면 내후년에라도 내 밭에는 괴물이 출입하지 않을 날을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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