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소개/철원농부는

나는 농부인가? 대표인가?

철원농부 2016. 2. 23. 04:36

나는 대표님이 아니라 농부님이 되고 싶습니다. 농부라고 불러주세요, 고맙습니다.

 

우리나라 농림어업인(이하 농민)은 몇명이나 될까요?

 

귀농귀촌열풍에도 농업인구 줄었다.(경향신문 2015.11.29)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511292139505&code=920100&med=khan

위 기사에 따르면 2015.3분기 ( 29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올해 3분기 현재 농림어업 취업자수는 149만4000명이다)

농업종사자는 줄어가고, 점점 고령화되어가는 것이 추세라고 봐야하는 암담한 현실입니다.

 

농민이 되어 농부로 살아간 지 얼마 안된 어느날 이장님으로부터 "농업경영체등록"을 하라는 얘길 들었습니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이라는 생소한 기관에 가서 농업경영체등록을 하라는 것 입니다. 그래야, 면세유도 주고(이명박정부 들어 1톤화물차에 면세유 380리터지급 시작함), 정부 지원금,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농산물품질관리원에 찾아가 받아 든 작성서류엔 개인신상부터 보유농기계, 재배작물, 판매방법까지 농가의 세부사항을 망라하고 있었습니다. 일종의 신상털기라는 느낌도 드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는 너무 자세하고 굳이 정부가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면세유 몇리터에 굴복한 불편한 느낌을 지금까지 갖고 있습니다.

"농업경영체" 즉, 농업회사라는 다른 표현이겠지요.

정부는 개별농가를 경영체로 파악하고, 경영에 따른 모든 손실과 이익을 농가의 농민의 귀책사유로 돌리려는 게 아닌가 의심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시리즈, "강소농" ㅋㅋㅋ

작지만 강한 농업체, 더하여 6차산업...

농민이 이제 6차산업이라는 어마무시한 산업의 역군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국제화시대에 발맞추어 와인을 만들고 치즈를 만들고 떡을 만들어 세계로 오대양육대주로 팔아야 농민도 살 수 있다고 엄청난 돈을 들여 교육시키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언론과 농업담당관들은 6차산업으로 성공한 억대농부(?)의 성공스토리를 뉴스로 생산하고 연일 떠들어 댑니다.

제 생각에 이것은 기만이고 술수라는 판단입니다.

농정의 실패, 농업철학의 부재로 파탄난 농촌경제를 농민의 게으름과 무지로 몰아가고, 6차산업이라는 환상을 가져와서 실패의 원인을 농민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6차산업???
현재 농민이 전통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하고 가공하여 섭취하고 판매하여 오던 일체의 행위가 법의 제약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농촌의 가공품하면 떠오르는 김치, 된장, 고추장, 간장, 고추가루, 각종 과일즙등은 공장시설을 갖추고 제조허가를 받지 않으면 판매가 불가능한 것이 현재의 제도입니다.

개인농가가 이런 제조시설을 갖추고 가공을 해서 판매할 수 있을까요? 자금력도 그렇고 시설 효율성 측면에서도 어렵습니다.

집에서 김치담그다 남는게 있어서,

된장 담았던 항아리에서,

이렇게 생활속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농업외적 생산물을 판매할 길을 열어주는 것이 진정한  6차산업이다고 생각합니다.

 

 

 

농사를 지었지만 가격이 늘 불만입니다.

콩 도매가 310,000원(2016.2.17 한국물가협회자료) 키로당 4,400원정도. 이 정도 콩가격으로는 콩심을 의욕이 많질 않습니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곡물(쌀을 제외한 맥류, 잡곡, 두류, 서류) 생산액은 1조2,227억원으로 농림업 생산액 47조2,922억원의 2.6%를 차지하고 있으며, 사료용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은 보리쌀, 밀, 옥수수, 콩의 경우 각각 26.0%, 1.1%, 4.2%, 35.9%로 미국 118%, EU 국가(영국 104%, 프랑스 179% 등)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국농정신문, 곡물산업활성화로 자급률 제고를)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24306

 

식량자급률이 이토록 빈약한 대한민국에서 부족한 농산물의 가격이 좋아야 농민은 그 작물을 심어 소득을 올리는 것이 당연한 이치임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오히려 재배를 회피하고 쌀과 비닐하우스 면적을 늘려가면서 채소작물 재배에 올인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이유는 수입 때문이죠.

값싼 농산물 수입, 더구나 GMO로 오염된 농산물을 정부가 앞장서서 수입하여 농민의 소득을 떨어 뜨립니다.

이러한 환경하에서 농민이 농업으로 살아남기란 참으로 난감한 실정입니다.

정부가 농민을 사지로 내모는 농업정책. 과연, 이나라 농민은 보호받고 있는가?

그 답은 부정적입니다. 농사지어 먹고 산다는 것은 불가능함을 이농인구를 통하여 이미 증명되었고 그 원인을 정부가 제공하고 있습니다.

각종 FTA로 저가 농산물의 수입이 일상화 되었고, 농민은 농부는 각자도생해야 하는 것만이 유일한 탈출구가 되어 버린 농촌 현실.

 

철원농업기술센터로 향합니다.

SNS교육을 받으러 갑니다. 각자도생의 본보기에 다름 아니죠.

어떻게 하면 한개의 농산물이라도 좋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그 방법을 찾고자 인터넷을 눈에 잘 익지도 않는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며

페이스북, 블러그, 모두, 구글시트, 마인드맵, 무슨 무슨 그룹,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어휴....어렵습니다.

눈도 침침한데, 용어는 난감하기 그지 없습니다.

명함도 새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좀더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으려면 포장을 잘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농부의 길로 들어선 지가 7년차 입니다.

농부(農夫)는 농사를 업으로 하는 사내대장부라고 생각됩니다.

귀농하니 이웃에서 마땅한 호칭이 없다고 이사장 이사장 이렇게 저를 불러줍니다. 이것도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 없는데, 지역에서 기관에서 마주치면 언제부터인가 대표님이라고 불리워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SNS교육을 받으면서 모두가 농부임에도 불구하고 대표님이라고 호칭을 쓰고 있네요.

 

이 땅에서 농부보다 소중한 존재가 있을까요? 일용할 양식을 생산하는 거룩한 일을 수행하는 엄청난 사람들 입니다. 어쩌다 대한민국에서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렸지만 그 존재만큼은 너무나 소중한 우리들 농부님들에게 대표님이 아니라 진짜이름 농부라는 좋은 이름을 돌려주면 어떨까요?

이광휘농부님   이광휘대표님

홍길동농부님   홍길동대표님

 

각자의 판단이겠지만 저는 이 땅의 농부님으로 불리워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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