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세상/나의 이야기

알바의 단상..,ㅠㅠ

철원농부 2011. 12. 23. 19:04

  일하기로 한 업체에서 사람이 공석이 생겨 빨리 와 달라는 부탁으로 인하여 올해 농사의 뒷정리도 제대로 못하고 급하게 농장에서 철수하였다.

  가을에 밭만들기를 하여야 앞으로 계속 무경운이 가능할텐데 그 중요한 일을 봄으로 미루고 일하러 온 것이 너무나 마음에 걸린다. 일이란 것이 순서가 있는 법인데,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 될 것 같다. 과연, 내가 알바 하기로 한것이 잘한 선택일까?

  삶의 여유를 갖고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기로 하였던 다짐을 벗어난 행위가 아닐까하고 생각해본다. 물론, 농사 짓기 전의 가정경제가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했기에 나름 수입을 올려야 하는 것이 아픔인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꼭 알바를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농사를 짓지 않는 겨울휴가기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제대로 된 계획이 없었던 데에서 기인한 문제이다. 무려 100일 이상의 시간이 앞에 주어졌는데 그 어떤 계획이 없다는 것은 난감한 상황이다. 작년 휴가기간 동안에 농사를 배운다고 컴앞에 앉아 서핑하고, 그것이 지루하면 게임을 하느라 손에 쥐가나고 마비가 올 정도였으니..,ㅠㅠ

올해는 제대로 시간을 활용하여 보자 하였으나 바쁘다는 핑계로 어떤 계획을 갖지 못했으니 달리 대안을 세울 수 없어 몰리듯 알바현장으로 내몰린 느낌이 분명하다.

 

알바를 하면 경제적 수입도 생기고, 내년 영농자금으로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그것은 분명한 수확이다. 다만, 귀농의 초심을 잊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선택이든 만족스럽지 못할테이지만 올해보다는 내년엔 좀더 이상적인 대안을 만들어 알찬 겨울휴가를 보내야겠다. 그럴려면 무엇보다도 농장에 집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지금처럼 반귀농 형태로서는 이런 아쉬움이 계속될 수도 있겠다. 주거환경의 안정을 가져오고, 겨울동안 알차게 지낼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면 좋을 것이다. 지인을 만나고, 여행을 다녀오고, 이웃 농가를 견학하고, 꼭 하고 싶었던 그 무엇을 해내는 아주 소중한 시간으로 활용하고 싶다.

알바를 하더라도 잠깐만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지금처럼 100일정도의 빠듯한 상황이면 정말 삶의 여유란 도무지 찾을 길이 없으니 이것은 분명 잘못이다. 

 (알바현장에서의 복장)

 

현장에 투입된지가 이제 보름이 되었다. 첫날은 근심과  설렘이 교차하면서 하루가 지나갔으나 그 뒤론 절망을 경험하고 있다. 자유롭게 생활하던 야생에서 갑자기 감옥에 갇힌 느낌이 너무나 강하다.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속에 갇힌 자유를 잃은 한마리 새같은 느낌..,ㅠㅠ 저녁 6시에 출근하여 아침 8시까지 일하고 식사한 뒤에 숙소에 들어가 잠을 청한다. 몽롱한 상태에서 군대에서의 오전취침처럼 잠시 누웠다 일어나면 하루종일 물먹은 스펀지마냥 몽롱한 상태로 생활을 하게된다. "내가 왜 이렇게 생활하고 있지?"하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날마다 후회하고 있다. 오늘 아침은 정말 추웠다. 추운 날씨에 자유를 결속당한 채로 야외에서 일하는 것이 사실 많이 힘들다. 쉽게 돈 벌 수는 없는 것이 분명하지만 여유로운 삶과 자유를 원했던 길에서 벗어난 댓가로는 많이 가혹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이런 3D업종에서 일하려 하지 않는것 같다. 그동안 농사 지으면서 힘들다고 사람들이 말하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비하면 농사는 참으로 신사적이고 편안한 작업임에 틀림없다. 자유가 있고 인생이 있고 노래가 있지 아니한가? 무엇보다 맑은 하늘을 바라볼때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이 가져다 주는 청량감이 많이 그립다.

 

100일중에 15일이 지났다. 약속한 85일 뒤엔 자유의 소중함을 알고 더욱 기쁘고 알차게 시간을 보내리라. 모든 기쁨은 결핍에서 오는 것이 아닐련지.., 생각하게 되는 현장이다. 하루의 시간속에서 나를 위한 쓰임은 거의 없는 하루가 계속 이어진다는 것에서 오는 피로는 굉장하다. 나의 하루를 나의 뜻대로 즐겁게 경영하는 것이 참으로 소중하다는 것을 절감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