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기/2010년

콩밭 풀매고, 또 매고, 풀은 계속 자라오고...

철원농부 2010. 6. 30. 09:10

   콩심고 나서 3번째, 밭에 나가서 풀을 잡는다. 밭엔 작물도 잘 자라고 있지만, 그보다도 훨씬 풀들이 잘 자란다. 정말 겁이 날 정도이다. 풀밭에 갇혀 버린 콩을 구하려면 내몸이 고단해야한다. 오늘은 다행히 날이 흐려서 덥지 않으니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힘을 내자.

  

풀잡기 전...

 

풀 잡은 후,..

 긁쟁이로, 호미로 안되니 삽으로 풀이 있는 밭을 뒤집는 수 밖에 없다. 2백평정도 되는 서리태와 팥이 심겨진 밭을 종일 뒤집고, 또 뒤집으니 녹초가 된다.

 쇠비름과 바랭이가 빼꼭하게 올라온다. 누가 씨앗자루를 몽땅 부어버린 듯... 

삽으로 뒤집고 또 뒤집으며 콩일병 구하기, 그리고 북주기.

 고생한 보람이 있어 콩들이 보입니다. 일주일 뒤면 다시 원위치 되겠지만 그 사잉에 콩들도 많이 자라서 풀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아래의 글은 펌해 온 것입니다.

(출처 : http://cafe.daum.net/farmingstory?t__nil_cafemy=item)

지난 가을 혹은 이른 봄에 거름을 뿌리고
땅을 갈고
로타리를 쳐서
이랑을 짓고
대부분은 두둑에 비닐을 씌워 멀칭을 하고
뭔가를 심는다.

여지없이 헛골에 풀이 올라온다.
그 처음이 워낙 미약하기 때문에 새내기 농사꾼들은 긴장하지 않는다.

이 어린 풀을 어떻게 하는 것은 뭔가 생태적이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방치한다.

풀이 한 뼘쯤 자라 오른다.
해가 길어지고 햇볕도 점점 강렬해진다.
비도 간간이 내리면서 풀은 무서운 기세로 자라오르기 시작한다.

어라?
이거 안 되겠다 싶어서 보통 이때쯤 풀과 싸움을 시작한다.
결과는?
백전 백패다.
풀이 이렇게 자라오른 다음에 달라드는 것은 김매기가 아니다.
"쥐뜯기"라고 따로 이름이 붙어 있다.

품이라도 사서 얼른 해치우면 되는데
품을 사면 큰 일 나는 줄 안다.
결국 혼자서 어찌 해보려고 낑낑대다가 풀밭을 만들어 버린다.
다음 순서는?
예취기다.

예취기 들고 방방거리면서 저항해 보지만 결과는?
역시 거의 백전백패다.
초보 농사꾼들은 예취기의 독한 배기가스와 어깨를 짓누르고 팔 힘을 쪽 빨아들이는
예취기 날의 회전을 감당하지 못 한다.

다른 한 편, 다 자란 풀을 위에서 잘라주는 것은
순 지르기와 같아서 한 가지로 자라던 풀이 새끼쳐서 더 무성하게 자라오르게 한다.

김매기는 풀이 뿌리를 잡기 전에 하는 것이다.
풀이 땅 위로 손톱만큼만 올라와도 아래로 뻗는 뿌리는 10센치미터가 넘는다.
문제는 흙이다.
흙이 아직 부슬부슬할 때는 풀 뿌리가 이렇게 깊어도 손쉽게 처리가 가능하다.
그런데
비가 오고 해가 나고 비가 오고 해가 나기를 반복하면서 흙이 딱딱해진다.
흙이 딱딱해지면
풀이 뿌리를 단단하게 흙에 박게 된다.

흙이 늘 부슬부슬해야 한다.
그러니 김매는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풀이 아니라 흙을 살펴야 한다.
흙이 딱딱해지기 전에 흙을 두드려서 풀어 놓고
또 흙이 딱딱해지기 전에 다시 흙을 두드려서 풀어 놓고
또 흙이 딱딱해지기 전에 다시 흙을 두드려서 풀어 놓아야 한다.
보통 장마 들기 전에 이렇게 세 번쯤 흙을 부숴주면 풀은 뿌리를 잡지 못 한다.

흙 위로 풀이 하나라도 머리를 내미는 게 보이면
자루 긴 괭이 아무거나 들고 쉭쉭쉭쉭 지나가면서 흙을 흐트러뜨리면 된다.
김매기의 핵심은 이것이다.
엎드려 기면서 손바닥으로 슥슥 문질러도 된다.
아직 흙이 부드럽기 때문에 손으로도 김맬 수 있다.

이 때 하루에 천 평 김을 맬 수 있다면,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남에 따라 김 맬 수 있는 양은 반감된다.
오늘 해서 천 평할 수 있던 일이
내일 하면 오백평 할 수 있게 되고
모레 하면 이백 오십 평 할 수 있게 되고
글피 하면 백 이십 평 할 수 있게 되고
그글피 하면 오륙십 평 할 수 있게 되고
그그글피 하면 삼십 평도 못 하게 된다.
보통 새내기 농사꾼들은 이 때도 안 한다.
그그그그글피쯤 돼서 일 시작한다.
그러면 결과는?
예취기를 거쳐 풀밭으로 간다. 십중 팔구다.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 품으로 간단히 끝낼 일을

백 품이 들어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내가 겪은 그대로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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