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하여 농사를 짓고 생활한 첫해가 마무리 되어가고 있습니다.
농사를 짓겠다고 선언하였을 때에 멀뚱하게 쳐다보던 집사람의 모습이 지금도 가슴에 선합니다.
'저사람이 제정신인 상태로 말하는가?'가늠하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 것 일까요?
각자의 처지와 환경, 삶의 방식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서로 다른 얘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의 경우는 나이먹어 머리에 흰머리가 생길 때까지 아무생각없이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생각되어집니다. 탐욕의 생활이었을 것 입니다. 강호동의 1박2일에서 외치는 "나만 아니면 돼!"의 약육강식에 익숙한 사람이었습니다.
로또가 생겨난 뒤로 매주 2,000원씩 로또복권을 구입하여 횡재를 원했었습니다.
나눔과 도움을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실천 해보지 못했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귀농하여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요?
어느날 우연히 알게된 '조화로운 삶(the Living Good Life)'라는 책은 새로운 삶을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지상의 동물중에서 인간만이 유일하게 저축을 한다는 글은 실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실 새삼스런 이야기가 아님에도 이 글이 뇌리를 쳤습니다. 저축에서 비롯된 인간의 탐욕의 역사. 자급자족에 만족하고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위하여 살아가는 스콧과 헬렌 니어링 부부의 이야기는 하나의 충격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농사의 출발입니다.
집사람을 2년여 설득하고 설득하여 드디어 철원으로 귀농하였습니다. 3월 20일부터 시작된 농장의 살림살이 시설건설과 밭농사.., 3월부터 10월인 지금까지 참 열심히 일하면서 살았습니다. 몸의 고달픔도 있었긴 하지만 너무나 편안하고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두둑에 비닐을 씌우지 않고 유기물피복을 하거나 맨흙에 바로 작물을 심었기에 작물보다 더욱 빨리 성장하는 풀을 제어하여 작물을 키우기 위하여 열심히 열심히 열심히 풀을 잡았습니다. 스스로 '인간제초기'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양파모종밭의 풀은 시간이 부족하여 풀이 양파보다 크게 자란 경우도 있어서 밤에 손전등을 켜고서 풀을 가위로 자른 적도 있었습니다.
올해 농사는 열심히 일하고 홍보를 열심히 한 덕분에 판매도 양호한 편입니다. 양파, 고추, 콩, 절임배추 모두가 판매가 순조롭습니다. 당초 목표한 10,000,000원을 넘어 설 것으로 예상해 봅니다.
귀농에 앞서 판매에 관한 주변에 충분한 홍보를 하여 실제 농사짓고 판매가 순조롭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 부분이 참 중요합니다. 누구보다도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였다고 자부하지만 막상 팔곳이 없으면 싼값에 도매시장으로 보낼 수 밖에 없습니다.
귀농하는 목적이 무엇 입니까? 건강, 소득, 행복, 소일거리, 기타등등..,
지금까지 익숙했던 생활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삶을 시작하는 것이 귀농이라 여겨집니다.
귀촌이 아닌 귀농의 경우에는 특히 소득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됩니다.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만큼의 소득이 주어져야만이 안정된 삶이 이룩될 것이란 점이 있습니다. 도시든 농촌이든 먹고사는 문제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점에서 내가 왜 귀농하였는지에 대한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일을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농사일이 마음먹은대로 이뤄질리 없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수십년 농사로 잔뼈가 굵은 농부들도 빚을 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하물며 초보농부는 어쩌겠습니까?
소득이 별로인 농촌에서 나의 삶을 어떤 형태로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됩니다.
저의 경우는 자발적 가난을 말합니다. 소득에 관계없이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출만이 이뤄지는 생활을 말합니다. 그런 까닭에 입는 옷과 신발, 생활가구들이 모두 재활용품으로 이뤄졌습니다. 주변에 말씀 드리니 작업복으로 쓰라고 많은 옷가지를 모아서 주십니다. 정말 멋지고 새옷같습니다.
농촌에서의 생활은 진짜 농부가 될 것인가? 아니면 농촌 사업가가 될 것인가에 따라서 많이 다를 것이라 여겨집니다.
진짜 농부가 될 것이라면 정말 마음 단단히 먹어야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자연순환유기농업, 자연재배등의 방식으로 농사를 지을 것이라면 주변의 말씀과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정도의 배짱도 필요합니다. 날마다 약쳤냐고 물어보시는 어르신들..ㅋ 이렇게 해서 먹고 살겠냐고 걱정 아닌 걱정을 해 주시는 오지랇 넓은 어르신들.., 어떻게 그 분들께 설명하실 수 있겠습니까?
일년간 이웃에서 농사짓는 것을 지켜보고 직접 농사를 지어 보면서 저렇게 하면 농촌에서도 어느정도 소득을 올릴 수 있겠다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다만, 나의 철학과 삶의 내용이 농사방법과 일치할 수 있겠느냐는 고민이 따릅니다.
농사방식에는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의 단계적 과정이 있다고 김윤수선생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농약,비료,제초제,경운,비닐을 쓰는 농사는 유치원 수준이고....., 농약,비료,제초제,비닐 안쓰고 무경운을 하는 농사는 대학원 수준이라고 설명하시더군요. 어떤 농사를 하시겠습니까?
농사방식에 따라서 삶의 방식도 소득도 달라질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러므로, 귀농하기 전에 귀농에 관한 분명한 철학과 이유를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귀농을 철저히 준비하고서도 정착하는 비율이 10 - 20%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귀농하였다가 다시 도시로 이사하는 안타까운 일이 더 많다는 통계입니다.
아직 밭도 집도 구입하지 못 하였습니다. 내년부터 서서히 밭도 장만하고 집도 지을 준비를 하려 합니다.
지금의 농사를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이, 농사를 사랑하는 절실한 마음이
저를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리라 믿습니다.
귀농을 준비하시는 데에 참고가 되셨으면 합니다. 잘 준비하시어 성공한 귀농이 되시길 간절히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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