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기/2011년

서리태 선별작업의 고단함..

철원농부 2011. 11. 14. 20:25

  절임배추 출하와 가을걷이, 그리고, 밭만들기를 해 나가면서 밤에는 수확해 놓은 서리태를 고르고 있습니다.  벌레피해와 가뭄피해, 거기에 일찍 서리가 내리는 바람에 콩알이 상품성이 없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잘 컸다면 생고생 안하고 정선하여 판매하면 될 터이지만 농사를 잘  짓지 못한 관계로 밤마다 상에 콩을 펼쳐놓고 일없이 좋은 놈, 안 좋은 놈 이렇게 두가지로 선별합니다.

  눈이 침침하고 더구나 안경을 쓰면 거리조절이 쉽지 않아 벗고 하려니 상에 코를 박고서 한알한알 이쪽저쪽으로 골라내느라 허리까지 아픕니다. 잠깐씩 허릴 펴고 등을 두드리다 다시 코를 박고 작업을 해 나갑니다. 참으로 지난하기 그지없는 작업입니다. 이래서 점점 콩의 자급률이 떨어지는 것인가 봅니다. 보통의 인내심이 아니면 이 작업을 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약을 치고 농사를 지으면 그나마 낫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콩알이 몹시 정갈한 것들을 보면 한편으로 부럽기도 한것은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농사를 약 안치고 해 내려면 이정도 고통은 이겨내야 하는데.., 마음이 가끔은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다시 정신을 추스리면서 나약해진 자신을 질책합니다. 한편으론, 이런 힘든 작업이 이어지지만 그래도 농사가 잘되어 수확량이 좀 많았으면 좋겠는데.., 작년도 올해도 수확이 신통치 않습니다. 작년엔 너무 비가 많이 와서 흉작이고, 올핸 너무 가물고 서리가 일찍 내려 흉작입니다. 내년농사는 어떤 장애도 없이 잘 될 것으로 기대해봅니다.

 

밥상위에 보자기를 깔고서 작업합니다.

무게를 달아보면 많은 양이 아닌데, 막상 고를려면 엄두가 안나는 많은 양입니다.

시간에 비례하여 조금씩 줄어듭니다. 태산을 옮기는 작업과 같다고 할까요?

다양하게 섞여있는 서리태입니다. 작은놈, 벌레먹은놈, 잘생긴놈, 크다만놈..등등,

집사람은 돋보기를 끼고, 저는 안경을 벗어야 선별작업이 가능합니다.

잘생긴 녀석들만 집합했습니다. 사람이나 콩이나 잘생기고 봐야 하는건가요?ㅠㅠ

벌레먹고, 크다 말고, 찌그러지고, 쭉정이등.., 암튼 내가 봐도 맘에 안드는 것들을 골라냅니다. 이 작업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좋은 쪽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콩한개 돈으로 따지면 얼마일까요? 그런데도, 가능한한 좋은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보내려 무지 신경쓰면서 작업하는 모습이 제가 보아도 웃깁니다. 이렇게 매일밤 도(道)를 닦고 지냅니다. 겨울이 올때까지 쭈욱..,

좌와 우로 나뉜 콩 형제들..,

열심히 선별해서 양이 조금 모였다 싶어 저울에 올려보니 2.5kgs입니다. 마음에 바람이 휭 지나갑니다. 언제 저 많은 양을 다 고를까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 끝이 보일 것 입니다.

요즘 한창 절임배추 판매로 바쁩니다.

고추 심었던 두둑을 경운하지 않고, 운좋게 구한 콩비지를 한움큼씩 뿌려주고서 볏짚을 덮어 미생물이 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작업을 틈틈히 해주고 있습니다. 과연, 월말까지 다해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쉬지않고 일하는데도 더디기만한 작업입니다.